1992년 영국 남부 항구도
1992년 영국 남부 항구도시 도버에서 발견된 ‘도버 보트’. 청동기 시대인 기원전 1575~1520년 사이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피디아난파선, 시대상 보전된 타임캡슐청동기부터 20세기까지 3500년12척 배를 통해 들여다본 세계사침몰된 배가 바꾼 지중해 판도 등수면 밑 봉인됐던 이야기 풀어내“바다는 과거 존재를 기록한 가장 위대한 문서”라는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의 말이 <바다가 삼킨 세계사>만큼 맞춤하게 들어맞는 책도 드물 것이다.책은 청동기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약 3500년에 걸친 세계사를 12척의 난파선을 통해 보여준다. 난파선은 당대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전하고 있는 타임캡슐이다. 선체 자체와 배에서 발견된 물품들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바다에 봉인됐다가 시간을 건너뛰어 현재의 모습을 드러낸다. 잠수사 자격증을 가진 고고학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저자는 45년간의 수중고고학 탐사 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결합해 풍성한 이야기를 빚어낸다. 12척의 난파선은 인류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매듭에 해당하는 시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들이다.시작은 기원전 16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도버 보트’다. 1992년 영국 남부 항구도시 도버에서 발견됐다. 기원전 1575~1520년 사이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이 보트를 복제해 만든 배로 시험 항해를 한 결과, 청동기 시대 브리튼섬의 주민들이 혼인이나 교역을 위해 영불해협을 오가는 대양 항해 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양 항해 능력은 몇 세기 뒤 지중해 문명을 꽃피우는 토대가 된다.바다가 삼킨 세계사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 이승훈 옮김다산초당 | 516쪽 | 2만5000원1980년대 튀르키예 서부에서 발견된 울루부룬 난파선은 기원전 14세기에 건조된 길이 15~16m의 배다. 고대 이집트에서 물자를 싣고 고대 미케네를 향해 항해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판재와 용골은 튀르키예와 레바논에서 자란 삼나무로 만들어졌다. 난파선에서는 미케네인들이 와인을 담아 마셨던 잔인 ‘킬릭스’, 코끼리 어금니 일부와 하마 이빨 13개,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 ‘암포라’ 등 여러 가지 물건이 나왔다. 특기할 점은 배에서 발견된 구리 10t과 주석 1t이다. 이 정도 규모의 구리와 주석으로 청동 11t을 만들 수 있는데, 고대 그리스 무기 연구자에 따르면 청동 11t은 당시 검 5000자루, 창날 5만개, 갑옷 600벌을 제작할 수 있다. “즉 이 배에 실린 화물만으로 미케네 도시국가 군대 전체가 무장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이 배가 난파하면1992년 영국 남부 항구도시 도버에서 발견된 ‘도버 보트’. 청동기 시대인 기원전 1575~1520년 사이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피디아난파선, 시대상 보전된 타임캡슐청동기부터 20세기까지 3500년12척 배를 통해 들여다본 세계사침몰된 배가 바꾼 지중해 판도 등수면 밑 봉인됐던 이야기 풀어내“바다는 과거 존재를 기록한 가장 위대한 문서”라는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의 말이 <바다가 삼킨 세계사>만큼 맞춤하게 들어맞는 책도 드물 것이다.책은 청동기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약 3500년에 걸친 세계사를 12척의 난파선을 통해 보여준다. 난파선은 당대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전하고 있는 타임캡슐이다. 선체 자체와 배에서 발견된 물품들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바다에 봉인됐다가 시간을 건너뛰어 현재의 모습을 드러낸다. 잠수사 자격증을 가진 고고학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저자는 45년간의 수중고고학 탐사 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결합해 풍성한 이야기를 빚어낸다. 12척의 난파선은 인류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매듭에 해당하는 시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들이다.시작은 기원전 16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도버 보트’다. 1992년 영국 남부 항구도시 도버에서 발견됐다. 기원전 1575~1520년 사이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이 보트를 복제해 만든 배로 시험 항해를 한 결과, 청동기 시대 브리튼섬의 주민들이 혼인이나 교역을 위해 영불해협을 오가는 대양 항해 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양 항해 능력은 몇 세기 뒤 지중해 문명을 꽃피우는 토대가 된다.바다가 삼킨 세계사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 이승훈 옮김다산초당 | 516쪽 | 2만5000원1980년대 튀르키예 서부에서 발견된 울루부룬 난파선은 기원전 14세기에 건조된 길이 15~16m의 배다. 고대 이집트에서 물자를 싣고 고대 미케네를 향해 항해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판재와 용골은 튀르키예와 레바논에서 자란 삼나무로 만들어졌다. 난파선에서는 미케네인들이 와인을 담아 마셨던 잔인 ‘킬릭스’, 코끼리 어금니 일부와 하마 이빨 13개,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 ‘암포라’ 등 여러 가지 물건이 나왔다. 특기할 점은 배에서 발견된 구리 10t과 주석 1t이다. 이 정도 규모의 구리와 주석으로 청동 11t을 만들 수 있는데, 고대 그리스 무기 연구자에 따르면 청동 11t은 당시 검 5000자루, 창날 5만개, 갑옷 600벌을 제작할 수 있다. “즉 이 배에 실린 화물만으로
1992년 영국 남부 항구도